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는 1997년 출간된 자신의 저서 ’21세기 사전’에서 “21세기가 찾아 오면 뛰어난 기능의 전자기기로 무장한 부유 계급은 여유로운 삶을 영위하고 보다 생산적인 환경을 갖춘 곳을 선점하기 위해 유목의 길을 나설 것이고, 가난한 사람은 새로운 세상에서 생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동하는 유목민(nomad)이 될 것”이라 예측했다.
그로부터 십 수년이 지나 21세기가 된 지금, 아탈리의 예측은 놀라우리만치 정확하게 들어 맞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정보과학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인류는 더 이상 시공간에 구애받으며 일할 필요가 없어졌고, 그에 따라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노마드 라이프’를 추구하는 이들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
작가, 디자이너, 콘텐츠 크리에이터, 마케터 등 자유로움과 창의력을 요하는 직군을 필두로 생존과 유희를 위해 전세계를 유랑하는 이들을 가리켜 우리는 ‘디지털 노마드’라 부른다. 그렇다면 아탈리의 예측에 등장하는 ‘즐거운 삶’과 ‘보다 생산적인 근무 환경’을 갖춘 곳은 과연 어디일까?
디지털 노마드들이 직접 각 도시를 여행하며 근무 환경과 물가, 날씨 등의 여러 지표를 실시간으로 입력할 수 있는 웹서비스 ‘노마드리스트(nomadlist.com)’의 데이터를 통해 지구의 디지털 노마드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도시 7곳을 소개한다.
7위 라스 팔마스(스페인) – 체류비용 : 1,558달러/월
‘라스 팔마스 전경’
라스 팔마스는 스페인 본토의 세비야로부터 무려 1,400km나 떨어져 있는 카나리아 제도에 위치하고 있다. 훌륭한 기후 환경과 여행자에게 친절한 도시민들,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 경관까지. 유럽보다 아프리카와 더 가까운 탓에 이국적인 풍경 또한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노마드들로 하여금 라스 팔마스를 찾게 만들고 있다.
라스 팔마스는 노마드리스트 평점 9점을 받을 정도로 훌륭한 곳이지만 조금은 답답한 인터넷 속도와 영어 사용이 힘든 점 등이 아쉬움으로 꼽히고 있다.
장점 : 온화한 기후, 천혜의 자연환경
단점 : 불안정한 인터넷 인프라, 언어의 자유도
6위 서울(대한민국) – 체류비용 : 1,940달러/월
‘광화문’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도 전세계 디지털 노마드들의 HOT PLACE 중 하나다. 체류비용은 여타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비싼 편이나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환경과 밤낮을 가리지 않는 다양한 즐길거리는 일과 여행을 동시에 즐길 수 있게 만드는 훌륭한 조건.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의 치안 또한 매력적이라는 평이다.
허나 인종차별이 심하고 이방인들에게 불편한 언어 환경, 좋지 못한 공기(air condition) 등은 노마들로부터 좋지 못한 평가를 받고 있다.
장점 : 빵빵한 와이파이(WIFI)
단점 : 언어의 자유도
5위 탈린(에스토니아) – 체류비용 : 1,333달러/월
‘탈린’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이 5위에 올랐다. 합리적인 물가와 이방인에게 호의적인 국가정책이 에스토니아를 ‘디지털 노마드의 천국’으로 불리게 만든 원동력인데, 그들의 대표적인 국가정책 중 하나인 e-레지던시 서비스는 아주 간단한 절차를 통해 이방인들이 에스토니아의 국가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탈린은 특히 IT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디지털 노마드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데, 세계적인 인터넷 전화 서비스인 스카이프(Skype)가 바로 에스토니아의 산물이라고.
장점 : 이방인에게도 개방된 열린 국가 인프라
단점 : 고르지 못한 날씨, 즐길거리 부족
4위 클루지(루마니아) – 체류비용 : 1,122달러/월
‘클루지 시내’
열성적인 축구팬들로도 유명한 루마니아 클루지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물가에 있다. 동유럽에 위치해 있지만 여타 동남아 국가들의 체류비용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은 적은 예산으로 유럽에서 여행하고 일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 2015년 12월 기준 클루지의 물가는 빅맥이 채 2유로가 채 되지 않았으며, 하이네켄 355ml 6캔의 가격은 4유로에 불과했다. 이는 노마드 뿐 아니라 일반 여행자에게도 환상적인 정보.
허나 조금은 불안한 치안과, 인종차별 문제, 영어를 사용하기 힘든 환경은 노마드들이 감수해야 하는 허들이다.
장점 : 타 유럽에 비해 낮은 물가
단점 : 치안, 심각한 인종차별
3위 우붓(인도네시아 발리) – 체류비용 : 1,287달러/월
‘우붓 몽키 포레스트’ / 이미지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Ubud
발리가 서퍼(Surfer)들의 천국이라면 발리 중부에 위치한 도시인 우붓은 아티스트들이 한데모여 예술혼을 불태우는 아름다운 도시다. 코워킹 스페이스를 벗어나면 답답해지는 인터넷 환경이 흠이지만 저렴한 체류 비용과 아름다운 주변 경관은 이 모든 것을 상쇄한다.
수백 개의 풀빌라와 맛있는 먹거리들로 인해 일반 여행객의 재방문률 또한 높은 편이지만, 바다와 직접 접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 특히 한국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어서 한국인 디지털 노마드에게 인기가 높다.
장점 : 저렴한 체류비용, 맛있는 먹거리
단점 : 불편한 인터넷 인프라, 영어 사용 환경
2위 베를린(독일) – 체류비용 : 1,994달러/월
‘베를린 타워’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유럽의 중심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저렴한 생활비와 잘 갖추어진 인프라로 노마드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베를린은 전 세계의 클럽 문화를 선도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저녁 어스름과 함께 시작되는 광란의 파티는 덤.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저녁에는 EDM에 몸을 내던지는 즐거움을 꿈꾼다면 베를린으로 떠나는 것을 추천한다.
장점 : 깔끔한 도시 환경, 유흥
1위 치앙마이(태국) – 체류비용 : 740달러/월
‘치앙마이 시장’
태국 북부에서 가장 문화가 발달한 곳으로 ‘북방의 장미’라는 아름다운 별명으로도 불리는 치앙마이는 전세계 디지털 노마드들이 입을 모아 최고의 체류지로 추천하는 곳이다. 천 달러가 채 되지 않는 저렴한 체류비용은 물론 잘 갖추어진 코워킹 스페이스 인프라와 아름다운 주변 경관까지. 라오스, 미얀마 등과도 인접해 있어, 국가간 이동 또한 용이하다.
허나 디지털 노마드들이 치앙마이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는데 도시 곳곳에서 벌어지는 밋업(meet up)과 네트워킹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크고 작은 모임들을 통해 노마드들은 외로움을 달래고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장점 : 저렴한 체류비용, 훌륭한 노마드 인프라
단점 : 조금은 더운 날씨
앞서 소개한 일곱 곳 외에도 노마드의 성향과 기호에 맞는 조건을 갖춘 수 백개의 도시가 이방인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살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도시에서 머무르고 싶은가?
스내커 칼럼니스트 이종인
원문 : http://snacker.hankyung.com/life/59074
'TRAVEL > 디지털노마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내 최초의 디지털 노마드 스타트업, ‘LIKECRAZY’ (0) | 2017.02.23 |
---|---|
디지털 노마드 세대, 정규직을 거부하는 사람들 (0) | 2017.02.22 |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최적의 도시 TOP 9 (0) | 2017.02.21 |
디지털노마드? 발리 한 달 살기(총 116만원) (2) | 2017.02.21 |